입덧 언제까지? 임산부들의 생생한 경험담 공개

입덧이 시작된 날

입덧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처음 체감한 건, 아내가 갑자기 좋아하던 음식을 거부하면서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평소 좋아하던 김치볶음밥을 해줬더니 냄새만 맡고는 입을 막고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내의 식습관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단 냄새, 향신료 냄새, 심지어 쌀밥 냄새까지 견디지 못했고요. 아침에는 시큼한 과일만 찾고, 저녁에는 아무것도 못 먹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입덧인지, 위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속이 쓰리다고도 했고, 자주 더부룩하다고도 했으니까요. 인터넷 검색만 수십 번은 했습니다. ‘입덧 증상’, ‘입덧인가 위염인가’, ‘임신 초기 속쓰림’ 같은 검색어로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입덧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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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의 시작은 ‘의심’에서 옵니다

입덧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시작!” 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피곤하다고 했고, 머리가 띵하다고 했고, 밥보다 과일이 더 당긴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몸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특정 냄새에 민감해지고, 밥을 거의 먹지 않는 날이 생기면서 저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특히 아내가 좋아하던 것을 갑자기 싫어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바로 입덧의 첫 번째 신호였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다’는 감정이 쌓이기 시작한 그 순간이 바로 입덧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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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의 절정기

입덧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토했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번, 빈속일 때 또 한 번, 점심 먹고 나서 또 한 번. 심지어 물만 마셔도 토할 정도였습니다. 음식 냄새 때문에 주방 근처에도 가기 싫어했고, 심할 때는 “냄새 때문에 집을 나가고 싶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때 제 입장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무력감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도 웃음은 사라지고, 대화도 거의 없었던 그 시절. 입덧은 단지 몸의 변화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까지 영향을 주는 조용한 전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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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은 언제 끝날까? 정답 없는 기다림

책이나 임신 관련 앱에서는 대부분 임신 12주~16주 사이에 입덧이 완화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달랐습니다. 16주가 넘어도, 20주가 되어도 입덧은 계속되었습니다. 출산 직전까지 입덧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정말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입덧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메스꺼움형, 구토 중심형, 냄새 민감형, 음식 거부형 등… 저희는 거의 복합형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게 우리만의 리듬이구나’ 하고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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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은 어땠을까?

너무 힘든 시간이 계속되다 보니, 저도 주변 친구들과 커뮤니티 글을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어떤 친구 아내는 입덧을 전혀 겪지 않았다고 했고, 또 어떤 분은 출산 당일까지도 계속해서 입덧을 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커뮤니티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글은 “입덧은 복불복이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그 글을 통해 아내도 ‘내가 유별난 게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많이 놓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언제 끝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오늘 하루 잘 넘기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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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입덧 생존기

입덧이 심해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음식 냄새 없애기 작전이었습니다. 요리 후엔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미리 조리해두고 냄새를 없앤 후 식탁에 올렸습니다. 고기 대신 두부나 과일 위주로 식단을 바꾸는 등 작은 노력들이 쌓여갔습니다.

 

퇴근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내 상태 체크였습니다. “오늘은 어땠어?”, “먹은 건 있어?”, “지금 냄새 괜찮아?”라는 말들이 하루의 시작이자 마무리였습니다. 그리고 음식 실험 실패와 성공의 기록도 많았습니다. 어떤 날은 수박을 잘 먹다가도 그 다음 날에는 토했고, 오이냉국만 찾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기억해가며 맞춰나갔던 그 시간이, 결국은 제게 큰 훈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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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을 지나며 남은 말

입덧이 끝나고 아내가 어느 날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때 내가 너무 예민했지?”라고.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도 미안했어. 힘든 걸 알면서도 가끔 짜증났거든.” 입덧은 몸의 전쟁이기도 했지만, 감정의 충돌이기도 했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쌓이기도 했고, 사소한 일에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함께 지나고 나니, 오히려 우리 사이가 더 단단해졌습니다. “아기가 우리에게 미리 훈련 시간을 준 것 같다”는 말을 서로 자주 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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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부모님들께

입덧은 정말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며칠로 끝나고, 누군가는 몇 달을 고생하고, 또 어떤 분은 전혀 겪지 않기도 합니다. 비교하지 마세요. 입덧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며, 입덧은 병이 아니라 몸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견디는 마음’입니다. 혼자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말하고 이해하고 안아주는 시간. 그 시간이 바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저희는 그 시절을 지나며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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